스테이블 코인의 모든 것 (2)
스테이블 코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지급 준비금 관리입니다. 투자자가 상환을 요청했을 때 돌려줄 돈이 실제로 있는지, 발행사가 주장하는 대로 법정화폐와 1:1로 매칭되는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 안정성을 결정하는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취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 규제의 많은 부분도 이 영역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단순한 트레이딩 수단을 넘어 실제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진화함에 따라, 각국 정부는 발행 주체의 건전성과 준비금의 투명성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2022년 5월 테라-루나 사태를 거치면서부터는 스테이블 코인 지급 준비금 관리가 규제 기관의 최우선 감시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 이후 구체화된 미국, 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규제 흐름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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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준비금의 투명성과 연방 차원의 감독 강화
지난 2022년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디지털 자산의 책임 있는 개발을 위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Ensuring Responsible Development of Digital Assets)'은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 이후 스테이블 코인을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의 위험 요소로 간주하고 이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2023년에 발의된 '결제용 스테이블 코인 명확성 법안(Clarity for Payment Stablecoins Act)'에서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가 은행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발행자가 고객의 상환 요구에 언제든지 응할 수 있도록 100% 이상의 준비금을 고유동성 자산(현금, 미 국채 등)으로 보유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시각이 매우 부정적으로 변했습니다. 담보 없이 차익거래 알고리즘만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등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신규 발행을 금지하거나 강력하게 제한하는 조항을 법안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제2의 테라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주(State) 정부 차원에서 허가받은 발행자라 할지라도, 연방 차원에서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여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일견 주 정부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풍경은 스테이블 코인이 그만큼 달러 질서를 유지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달러의 효용성을 민간 영역에서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 합니다.
결국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이 보여 왔던 규제 방향은 '혁신 저해'가 아닌 '건전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써클(USDC)과 같은, 미국의 규제 준수형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에서 더욱 신뢰받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돕는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유럽과 아시아: MiCA 시행과 엄격한 진입 장벽 구축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암호화폐 규제 법안인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s)'를 통해 가장 앞서나가는 규제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특히 MiCA는 스테이블 코인을 '자산준거토큰(ART)'과 '전자머니토큰(EMT)'으로 세분화하여 관리합니다. 유럽 내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면 법인을 설립하고 엄격한 자본금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준비금은 반드시 고객 자산과 분리하여 보관해야 합니다. 비유럽권 발행자라도 EU 내에서 영업하기 위해서는 이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일본, 싱가포르, 홍콩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본은 2023년 개정 자금결제법을 시행하며 스테이블 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신탁회사, 자금이동업자로 한정했습니다. 이는 스테이블 코인을 사실상 디지털화된 법정화폐로 취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발행자는 파산 시에도 이용자가 자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되어 있어 투자자 보호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과 홍콩 통화청(HKMA) 또한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에 대한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들은 가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두며, 준비금에 대한 일일 감사 보고나 높은 수준의 유동성 유지를 요구합니다. 특히 홍콩은 소매 투자자들의 접근을 허용하면서도,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거래를 제한하는 등 보수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럽과 아시아의 규제 흐름은 '허가된 플레이어만 입장 가능한 시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무분별한 코인 발행을 막고, 검증된 금융 기관이나 대형 핀테크 기업만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하여 시장의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 이후 시작된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규제 흐름은 '무법지대'였던 크립토 시장을 '제도권 금융'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과정입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모두 디테일의 차이는 있지만, ▲100% 이상의 안전한 지급 준비금 확보 ▲발행 주체의 명확화 ▲알고리즘 방식의 제한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스테이블 코인이란 무엇인가(3)에서는 트럼프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들과, 앞으로 우리 일상 생활에서 달라질 부분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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