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토큰화, 코스피 5000가는 지름길?

by 김외현조회 6822025-11-28

주식 토큰화, 코스피 5000가는 지름길?

김외현

비인크립토 동아시아편집장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코스피 상승폭은 40%가 훌쩍 넘는다. 그런데 ‘코스피 5천’ 대선 공약을 이루려면 여전히 25% 이상의 추가 상승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뉴욕에서 월가 금융인들에게 금융시장 투명성 강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확장재정과 산업 개편 등을 약속하며 투자를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국외 자금 유입을 본격적으로 이끌려면, 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 한 축으로 주식 토큰화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토큰화란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의 소유권·권리·수익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나누어, 누구나 더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접근성 개선을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잠재력이 있다.


지난 여름 세계적 핀테크 기업 로빈후드는 미국의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디지털 토큰으로 만들어 유럽 고객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투자자가 미국 증권사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로빈후드가 발행한 토큰(전자증표)을 매수해 미국 주식에 사실상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격은 어떨까. 미국 증시가 열려있을 때는 토큰 가격이 실제 주가와 수렴한다. 만약 차이가 나면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 파는 재정거래가 이를 좁힌다. 증시가 닫혀있을 때는 토큰 가격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다가 개장 시점의 주가 형성에 반영된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토큰 시장에는 자연스레 글로벌 유동성이 쌓인다.


기초체력이 탄탄한 기업이라면,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글로벌 시장은 큰 매력이다. 한국 기업이 정말 저평가되었다면 토큰화 시장은 외국인 자금 유입을 실질적으로 촉진하는 통로가 된다. 기간산업 기업이 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쉽지 않고 산업주권 측면의 우려도 있다. 반면, 주식 토큰화는 국내 상장을 유지하면서도 국외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로빈후드는 오픈에이아이와 스페이스엑스 같은 비상장기업까지 토큰화하면서 더 큰 관심을 모았다. 미국에선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 또는 연 소득 20만달러 이상의 고액자산가들만 사모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주식 토큰화는 이 장벽을 사실상 허물었다. 마치 로빈후드가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듯이, 일반투자자들도 부자들의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었다. 누구든 소액으로도 성장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 기회를 얻게 됐다. 블라드 테네브 로빈후드 최고경영자가 토큰화를 “가장 포용적인 투자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물론 논란도 존재한다. 토큰이 실제 지분을 온전히 반영하느냐, 발행 구조가 충분히 투명하냐 등은 여전히 쟁점이다. 로빈후드의 오픈에이아이 주식토큰이 실제 오픈에이아이의 지분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로빈후드는 여러 방식으로 이들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특수목적법인을 만든 뒤 이 기업을 토큰화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토큰화의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확대되고 있다. 테네브는 “멈출 수 없는 화물열차”라고 표현한다. 현재 로빈후드의 주식토큰은 500종에 이른다. 시장은 24시간 쉼없이 돌아가고, 결제도 대기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토큰은 1센트까지 쪼갤 수 있어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로빈후드는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런 구조는 자연스럽게 투자자 저변을 넓히고 거래량을 끌어올린다.


주식 토큰화가 코스피 5천 시대를 여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을까. 당장 로빈후드 정도만 되어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유럽에 세워진 특수목적법인이 한국 기업들의 주식을 매수하고, 이 기업을 토큰화해서 유럽 투자자들에게 개방한다면 어떨까. 해외 자본이 유입되고,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재평가되며, 한국 증시의 만성적 저평가를 해소할 새로운 수단이 되지 않을까. 로빈후드 뿐 아니라, 블랙록 비들(BUIDL)의 사례나 기타 여러 자산 토큰화를 보더라도, 현재의 기술 트렌드가 제시하는 방향은 꽤나 선명해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한국이 이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제도권 안으로 끌어안느냐가 될 것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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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비인크립토 동아시아 편집장